몇 년 전부터 불미스러운 일로 계속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목사님이 있습니다. 거침없는 설교로 유명한 그 목사님이, 이전에 사역하던 교회의 교인 수백 명을 이끌고 제주도로 전도 여행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전도 여행을 마치고 마지막 날 한라산 관광을 하게 되었는데, 일기예보에서 장마가 시작된다고 했던 모양입니다. 그러자 그 목사님은 수백 명의 전도 팀을 모아 놓고, 새벽 기도 시간에 이런 내용의 설교를 하였습니다.

“내일 관광을 하는 날인데, 장마전선이 온답니다. 믿음이 약한 ㅇㅇㅇ목사(부목사)님께서는 코스를 바꾸자고 합니다. 코스를 바꿀 생각하지 말고 생각을 바꿔야지! 준비 팀 40여 명이 있잖아요. 준비 팀과 목사님이 같이 금식 기도를 하라고! 그래서 구름을 옮기는 게 더 빠르지, 어떻게 생각이 그래?”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얼핏 보기에는 대단히 강한 믿음이라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금식하며 기도하면 장마전선까지 옮길 수 있다는 믿음이 부러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 교회의 행사를 위해서 “날씨를 바꾸어 달라”는 기도가 옳으냐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날씨를 결정하실 때는, 수많은 고려 사항들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교회의 하나님일 뿐만 아니라, 작은 벌레들의 하나님이요, 나무들의 하나님이요, 논에 자라는 벼들의 하나님이시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 태풍 같은 것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태풍은 적도 지방의 에너지를 극지방으로 운반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만일 이 세상에 태풍이 없다면, 적도 지방은 너무 뜨거울 것이고, 극지방은 너무 춥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 세상에서 태풍이 사라지게 해 달라”는 기도는 매우 어리석은 기도가 됩니다. 물론 장마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하나님은 이 모든 것을 고려하시어 날씨를 결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 교회’가 행사를 하니까 비 오지 말게 해 달라는 기도는, 온 우주를 다스리시는 하나님 입장에서는 매우 황당한 기도일 수가 있습니다. 온 우주의 하나님을, 나의 ‘수호신’으로 격하시키는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자연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교회만 생각하는 이런 기도는, 특히 불신자들이 볼 때에 매우 배타적 사고방식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배타성 때문에 한국 기독교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의 식민 지배도 하나님의 뜻이었고, 6·25도 하나님의 뜻이었다는 사고방식은 바로 이런 배타성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 비극적인 시대에, 말할 수 없이 큰 고통을 당했던 사람들의 상처는 생각하지 않고, “거 봐라,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결국 우리가 이렇게 잘 살게 되지 않았느냐, 하나님이 우리를 축복해 주신 거다, 일제강점기는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하나님과 나’만을 생각하고 ‘하나님과 타인’을 생각하지 않는 편협하고 배타적인 신앙인 것입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는 오늘 야외 예배를 드렸습니다. 지난 일주일 내내, 오늘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교회’가 야외 예배를 하니 비 오지 말게 해 달라는 기도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결정하신 날씨에 순응하며, 어떤 환경에서도 은혜롭고 즐거운 야외 예배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하나님은 ‘나의 하나님’이자, ‘온 세상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우산 장수의 하나님이자 짚신 장수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유익희 / 밴쿠버평안교회 목사